본문 바로가기
테니스

알프스의 심장, 그슈타트 오픈: 카스퍼 루드의 힘겨운 16강 승리

by gibongi 2025. 7. 17.
728x90
반응형

스위스 알프스의 아름다운 마을 그슈타트에서 매년 여름 펼쳐지는 ATP 250 시리즈의 명문 대회, EFG 스위스 오픈 그슈타트(EFG Swiss Open Gstaad)는 단순한 테니스 토너먼트를 넘어선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알프스의 윔블던'이라는 별명처럼 수려한 경관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는, 그 높이만큼이나 독특한 경기 환경을 제공하며 선수들에게 특별한 도전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2025년, 세 번째 우승을 노리는 클레이 코트 강자 카스퍼 루드(Casper Ruud)는 힘겨운 16강전을 치르며 다시 한번 그슈타트와의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2025그슈타트 오픈 로이 에머슨 아레나(Roy Emerson Arena)에서 열립니다. [출처:atp tour,tennis tv]

 

ATP 250 시리즈에 속하는 대회로, ATP 투어에서 중간 규모의 랭킹 포인트와 상금이 걸려 있으며, 야외 클레이 코트에서 진행됩니다. 클레이 코트는 느린 구질을 특징으로 하며, 베이스라인 플레이와 뛰어난 체력을 요구합니다. 스위스 그슈타트의 로이 에머슨 아레나(Roy Emerson Arena)에서 열립니다. 그슈타트는 1,050m의 고도에 위치하여 유럽에서 가장 높은 ATP 토너먼트이며, 이는 볼의 비행과 플레이어의 체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1915년에 첫 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는 그랑프리 테니스 서킷의 일부였으며, 현재는 ATP 투어의 한 부분입니다.7월 14일부터 7월 20일까지 57회째를 맞이하며, 총 상금은 €596,035입니다.

 

그슈타트 오픈이 다시 클레이 코트 대회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윔블던이 끝난 직후에는 북미 하드 코트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몇 주 동안 유럽에서 다시 클레이 코트 대회가 열립니다. 이를 "썸머 클레이" 시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윔블던에서 클레이 코트로의 전환은 선수들에게도 도전 과제이지만, 클레이 코트에 강점을 가진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랭킹 포인트를 획득할 기회가 됩니다. ATP 그슈타트 오픈은 스웨덴의 바스타드 오픈(Nordea Open), 독일의 함부르크 오픈(Hamburg European Open) 등과 함께 이 시기에 열리는 대표적인 클레이 코트 대회 중 하나입니다.그슈타트는 오랫동안 클레이 코트 대회를 개최해 온 유서 깊은 곳입니다. 알프스 산맥의 아름다운 배경과 높은 고도 등 지역적인 특성이 클레이 코트와 잘 어울리며, 이는 대회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많은 대회들이 코트 종류를 유지하는 것은 그들만의 전통을 이어가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윔블던 이후에 다시 클레이 코트 대회가 열리는 것은 ATP 투어 캘린더의 전략적인 배치와 대회의 오랜 전통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수들은 시즌 내내 다양한 코트 종류에 적응하며 경쟁하게 됩니다.

로저 페더러는 2018년 슈투트가르트에서 우승한 뒤 마지막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습니다. [출처:atp tour]

 

로저 페더러가 2003년 윔블던에서 첫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한 직후, 스위스 그슈타트 오픈에 참가하여 특별한 환영 선물로 젖소 한 마리를 받은 것은 매우 유명하고 재미있는 일화입니다. 2003년 윔블던에서 페더러는 생애 첫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획득하며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우승 직후, 그는 스위스 그슈타트에서 열리는 ATP 스위스 오픈에 참가하게 됩니다. 고국에서 열리는 대회이기도 하고, 그의 첫 메이저 타이틀을 축하하기 위해 주최 측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대회 개막식에서 페더러는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바로 '줄리엣(Juliette)'이라는 이름의 800kg에 달하는 젖소 한 마리였습니다. 이 젖소는 스위스 베르네즈 오버란트(Bernese Oberland) 지역의 전통적인 선물로, 페더러는 이 예상치 못한 선물에 놀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는 "소에게 차고를 찾아줘야 하는데, 소 차고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스위스인들이 자국의 영웅에게 베푸는 환영이자 윔블던 우승을 축하하는 의미였으며, 스위스가 소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적인 요소도 있었습니다. 그슈타트는 목가적인 알프스 풍경 속에 자리 잡은 만큼, 지역의 특색과 전통을 살린 독특한 선물이었고, 페더러가 직접 젖소를 기를 수는 없었기에, 줄리엣은 그슈타트 현지의 낙농업자가 돌보게 되었습니다. 줄리엣은 나중에 '에델바이스(Edelweiss)'라는 송아지를 낳기도 했습니다. 2013년, 페더러가 그슈타트 오픈에 9년 만에 다시 참가했을 때, 주최 측은 그에게 두 번째 젖소인 '데지레(Desiree)'를 선물했습니다. 하지만 데지레는 줄리엣처럼 현지에 맡겨지지 않고, 페더러의 뜻에 따라 자선 경매를 통해 판매되어 기부되었습니다.

페더러가 젖소를 선물받은 일화는 그의 겸손하고 유머러스한 성격과 스위스 그슈타트 대회의 독특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2025그슈타트 오픈 카스퍼 루드 경기 장면 [출처:atp tour,tennis tv]

 

2025 ATP 그슈타트 오픈 16강전에서 탑 시드 카스퍼 루드(Casper Ruud)가 스위스 홈 코트의 와일드카드 도미닉 스트리커(Dominic Stricker)를 상대로 7-5, 7-6(8-6)의 스코어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습니다. 이 경기는 1시간 46분 동안 진행된 쉽지 않은 승부였습니다. 카스퍼 루드는 그슈타트 오픈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는 2021년과 2022년에 이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하며 클레이 코트 강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특히 그의 안정적인 탑스핀 포핸드와 뛰어난 수비력은 그슈타트 클레이 코트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2025년 시즌, 프랑스 오픈에서 일찍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루드는 그슈타트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고 세 번째 우승컵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도미닉 스트리커는 스위스 테니스의 미래를 짊어질 재목으로 평가받는 젊은 선수입니다. 왼손잡이의 강점을 살린 날카로운 서브와 공격적인 포핸드를 바탕으로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세계적인 강자 루드를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패기 넘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1세트는 양 선수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루드는 안정적인 베이스라인 플레이로 스트리커의 공격을 받아냈고, 스트리커는 과감한 샷으로 루드의 수비를 뚫으려 했습니다. 경기의 첫 번째 브레이크는 스트리커의 몫이었습니다. 7번째 게임에서 루드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4-3 리드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루드는 곧바로 다음 게임에서 스트리커의 서브를 되찾아오며 팽팽한 균형을 맞췄습니다. 이어진 서브 게임을 모두 지켜내던 루드는 6-5 상황에서 스트리커의 서브 게임을 다시 한번 브레이크하며 1세트를 7-5로 마무리했습니다. 중요한 순간 루드의 클레이 코트 경험과 위기 관리 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2세트 역시 1세트 못지않은 접전이 펼쳐졌습니다. 양 선수 모두 자신의 서브 게임을 완벽하게 지켜내며 단 한 번의 브레이크 포인트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스트리커는 강력한 첫 서브와 공격적인 네트 플레이로 루드를 압박했고, 루드는 특유의 끈질긴 수비와 정확한 스트로크로 맞섰습니다. 결국 승부는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졌습니다. 타이브레이크는 그야말로 명승부였습니다. 스트리커가 먼저 6-4로 앞서나가며 두 번의 세트 포인트를 잡았을 때, 많은 이들은 3세트 승부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루드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자신의 강인한 정신력과 노련함을 발휘했습니다. 연속 4득점을 올리며 타이브레이크를 8-6으로 역전시키며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특히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터져 나온 루드의 포핸드 위너는 그의 위대한 역전승을 상징하는 한 방이었습니다.

카스퍼 루드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복귀전의 부담감과 스위스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스트리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루드는 두 번의 그슈타트 우승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감과 클레이 코트에서의 노련함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특히 2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보여준 클러치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은 왜 그가 클레이 코트 강자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패배했지만, 도미닉 스트리커는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주며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세계 랭킹 격차에도 불구하고 탑 시드 선수를 상대로 이토록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성과입니다.

카스퍼 루드는 이 승리로 그슈타트 오픈에서의 무패 행진을 10연승으로 늘렸으며, 그의 세 번째 우승을 향한 여정은 순조롭게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라운드에서 만날 상대 역시 만만치 않겠지만, 루드가 그슈타트에서 보여준 강인함이라면 또 다른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그슈타트 오픈은 앞으로도 많은 테니스 팬들에게 잊지 못할 드라마를 선사할 것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