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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PTPA와 기존 테니스 단체 간의 반독점 소송 심층 분석

by gibongi 202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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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코트 위에서는 화려한 기술과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지만, 코트 밖에서는 선수들의 권익을 둘러싼 또 다른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바로 노박 조코비치 등이 설립한 프로테니스선수협회(PTPA)와 ATP(남자프로테니스협회), WTA(여자프로테니스협회), ITF(국제테니스연맹), ITIA(국제테니스청렴기구) 등 기존 테니스 운영 단체들 간의 반독점 소송입니다. 이 복잡한 싸움의 배경과 쟁점, 그리고 테니스 산업에 미칠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바섹 포스피실(캐나다) [출처:ptpa]

PTPA, 왜 만들어졌을까?

PTPA는 2020년 노박 조코비치와 바섹 포스피실(캐나다)이 주도하여 설립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투어가 중단되면서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졌고, 이것이 설립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PTPA가 주장하는 설립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존 ATP와 WTA 산하의 선수 권익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선수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누적되어 왔습니다. 특히 선수들의 수익 분배, 경기 일정, 건강 및 안전 문제 등에서 불만이 컸습니다.

PTPA는 기존 단체들이 사실상 '카르텔'을 형성하여 상금을 조작하고 선수 수입을 억제하며, 경기 일정, 랭킹 시스템, 이미지 권리 통제 등에서 선수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해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수익 분배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약 17% vs 타 종목 48~51%)도 지적됩니다.

PTPA는 선수들을 위한 '위너스 얼라이언스'라는 상업 부문을 설립하여 스폰서십, 브랜딩 등 오프 코트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수들이 테니스 산업의 경제적 가치에서 더 큰 몫을 확보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직접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됩니다.

 

초기에는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 등 일부 톱 랭커들이 "지금은 분열이 아닌 단결할 때"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선수들의 지지를 얻어가고 있습니다.현재 PTPA의 1기 집행위원회에는 노박 조코비치와 바섹 포스피실 외에도 남녀 톱 랭커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남자 선수로는 후베르트 후르카츠(폴란드), 존 이스너(미국) 등이, 여자 선수로는 온스 자베르(튀니지), 파울라 바도사(스페인), 베서니 매틱샌즈(미국), 등이 집행위원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닉 키리오스 또한 이번 소송의 원고 중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PTPA는 모든 선수가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신념에 기초하여 설립되었으며, ATP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ATP와 독립적이고 선수 구성원의 요구와 우려에 직접 응답하는 자치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소송의 주요 쟁점과 기존 단체의 입장

 

 

PTPA는 ATP, WTA 등을 상대로 "카르텔을 구축해 상금을 조작하고 선수 수입을 억제한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선수들의 재능과 데이터가 충분히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핵심이며, 이에 대해 ATP와 WTA의 입장은 매우 강경합니다.

PTPA의 소송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며, "후회스럽고 잘못된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PTPA의 활동이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분열과 방해의 길을 걸어왔다"며, 테니스 시스템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WTA는 자신들이 선수와 토너먼트, 팬을 위해 여성 테니스를 발전시키는 비영리 조직이며, 선수 보상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고 강조합니다.

두 단체는 PTPA가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지위(standing)"를 갖추지 못했다며 소송 기각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소송에 대한 부정적 반응의 이유

PTPA의 소송에 대해 대중과 심지어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ATP와 WTA는 PTPA의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며, PTPA가 "분열과 오해를 조장해 왔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ATP는 PTPA가 창립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분열과 방해의 길을 걸어왔다"고 주장하며 소송 제기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반응했습니다. WTA 또한 선수 보상에 많은 투자를 해왔음을 강조하며 PTPA의 행동이 유감스럽고 잘못되었다고 주장합니다.PTPA 설립 초기에는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 등 일부 톱 랭커들이 "지금은 분열이 아닌 단결할 때"라며 PTPA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많은 선수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선수가 PTPA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톱 랭커 선수들은 이미 상당한 수입과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하위 랭커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PTPA의 주장에 덜 공감하거나, 기존 시스템의 변화로 인한 혼란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테니스는 단체 스포츠와 달리 개개인의 선수가 독립 계약자로 활동하는 개인 스포츠의 특성이 강합니다. ATP, WTA, ITF 등 여러 단체가 얽혀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어, 새로운 선수 협회가 기존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것이 테니스 생태계 전반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팬들 입장에서는 선수 협회와 기존 단체 간의 갈등이 테니스 투어의 안정적인 운영에 방해를 주거나,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문제로 인해 집중력을 잃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팬들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치는 경기를 보고 싶어하며, 행정적인 문제로 인한 잡음은 달갑지 않습니다.PTPA가 제시하는 비전이나 목표가 아직 명확하게 모든 선수와 팬들에게 와닿지 않거나, 기존 단체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테니스는 망가졌다"는 등의 강경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대안이나 상생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PTPA의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합의 및 조율,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합의나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PTPA는 기존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주장하며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반면, ATP와 WTA는 자신들의 시스템이 공정하고 선수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처럼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존재합니다.

 

ATP와 WTA가 PTPA의 소송을 "근거 없다"고 일축하며 적극적인 법적 방어에 나서는 것은 합의에 대한 의지가 낮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PTPA의 법적 지위를 문제 삼아 소송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조율보다는 법정 싸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것이며, 만약 ATP나 WTA가 PTPA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고 합의에 이른다면, 이는 다른 스포츠 리그나 선수 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 단체는 자신들의 사업 모델과 지배 구조를 지키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테니스 산업 내의 수익 분배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갈등이 존재하며, 이러한 상업적 이권의 충돌은 쉽게 봉합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 가능성이 있다면 장기간의 소송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요구합니다.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재판 결과 예측이 어려워지거나 부담이 커지면 합의 가능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PTPA는 ATP, WTA와의 소송은 진행하면서도 4대 그랜드 슬램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와는 별도로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PTPA는 그랜드 슬램들을 소송의 피고로 지명하지 않고 90일간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만약 그랜드 슬램과의 논의에서 유의미한 진전이 있다면, 이는 ATP와 WTA에 압력으로 작용하여 전체적인 합의 가능성을 열 수도 있습니다. 그랜드 슬램은 테니스에서 가장 큰 수익과 권위를 가진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테니스 코트 밖에서 펼쳐지는 이 '반독점 전쟁'이 과연 테니스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선수들의 권익이 어떻게 재정의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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