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6 | 이스트본, 영국 - '테니스의 성지' 윔블던의 개막을 알리는 푸른 잔디의 향연, ATP 250 이스트본 인터내셔널이 16강전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윔블던을 불과 일주일 앞둔 마지막 실전 무대인 만큼, 선수들은 저마다의 전략과 투지로 코트를 수놓으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영국의 베테랑 댄 에반스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8강에 안착했고, 체코의 신성 야쿠프 멘식은 '걸어 다니는 서브 머신' 라일리 오펠카를 격침시키는 파란을 일으켰다. 예측불허의 승부가 난무했던 16강전의 모든 것을 상세히 조명한다.
"이 응원을 잊을 수 없다" - 에반스, 홈에서 거둔 전술적 승리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영국의 댄 에반스와 미국의 강호 토미 폴의 경기(6-4, 3-6, 6-3)에 쏟아졌다. 2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승리를 거머쥔 에반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곳의 팬들은 정말 놀랍다. 그들의 함성 덕분에 마지막 세트에서 한 발 더 뛸 수 있었다"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에반스의 승리는 단순한 투지만이 아닌, 철저한 전술의 승리였다. 1세트, 그는 잔디 코트에 최적화된 낮고 빠른 백핸드 슬라이스로 폴의 스트로크 타이밍을 빼앗고, 정교한 네트 플레이로 포인트를 쌓았다. 단 한 번의 브레이크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으로 6-4,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에서 폴의 강력한 포핸드에 밀리며 위기를 맞았지만, 마지막 3세트에서 그의 노련함이 빛을 발했다. 그는 마치 베테랑 지휘자처럼 다양한 구질과 템포 조절로 폴의 리듬을 다시 빼앗았고, 결정적인 순간 상대의 범실을 유도해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마지막 포인트를 따낸 순간, 포효하며 홈 관중의 기립박수에 화답하는 장면은 이날의 백미였다. 에반스는 "윔블던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승리"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멘식의 완벽한 리턴 전략
이날 가장 큰 이변은 체코의 신예 야쿠프 멘식이 미국의 라일리 오펠카를 7-5, 6-3으로 꺾은 경기였다. 221cm의 압도적인 신장에서 내리꽂는 오펠카의 광속 서브는 공포 그 자체였지만, 멘식은 영리한 전략과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맞섰다.
경기 후 멘식은 "오펠카의 서브를 리턴하는 것은 마치 복권과 같다. 최대한 베이스라인 뒤쪽에 서서 그의 서브 각도를 읽으려 노력했다"고 승리 비결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멘식은 극단적으로 뒤에 위치하여 리턴할 시간을 벌었고, 이는 효과를 발휘했다. 1세트 내내 이어진 숨 막히는 서브 대결 속, 멘식은 5-5 상황에서 기적처럼 오펠카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어진 2세트에서는 안정된 스트로크 플레이로 오펠카를 좌우로 흔들며 랠리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했다. 서브 외 뚜렷한 무기가 없던 오펠카는 결국 무릎을 꿇었고, 멘식은 자신의 커리어에 길이 남을 값진 승리를 추가했다.
'악마의 재능' 포키나의 롤러코스터, 예측불허 플레이로 역전
'악마의 재능'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다비도비치 포키나는 제임스 덕워스를 상대로 6-7(5), 6-3, 6-4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세트를 팽팽한 접전 끝에 타이브레이크에서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그의 쇼타임은 2세트부터 시작됐다.
포키나는 관객의 허를 찌르는 드롭샷과 과감한 네트 대시, 심지어 언더 서브까지 시도하며 덕워스의 멘탈을 흔들었다. 그의 플레이는 때로 무모해 보였지만,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끈질긴 랠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3세트 막판 결정적인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그는 "나는 코트 위에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때로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그다운 소감을 남겼다.
그 외 16강 주요 경기 결과
- 위고 윔베르(FRA) : 로렌초 소네고(ITA) / 7-5, 6-4: 프랑스의 왼손잡이 강자 윔베르는 자신의 주무기인 강력한 슬라이스 서브로 잔디 코트 강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두 세트 모두 팽팽한 접전이었지만, 각 세트 후반 결정적인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아내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 젠슨 브룩스비(USA) : 누노 보르헤스(POR) / 6-4, 6-4: 독특한 양손 백핸드와 변칙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카운터 펀치와 깊숙한 스트로크로 경기 중반 한 번씩 브레이크에 성공,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완승을 거두고 잔디 코트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 마르코스 기론(USA) : 찰리 피언리(GBR) / 6-3, 6-1: 미국의 기론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으로 시종일관 영국의 신예 피언리를 압도했다. 경험의 차이를 보여주며 상대의 범실을 유도했고, 2세트에서는 단 한 게임만 내주는 완벽한 플레이로 가볍게 8강에 합류했다.
- 로이드 해리스(RSA) : 마테우스 벨루치(BRA) / 6-3, 6-4: 남아공의 해리스는 10개 이상의 서브 에이스를 터뜨리며 '서브'가 잔디 코트에서 얼마나 중요한 무기인지를 증명했다. 벨루치는 해리스의 강서브에 이은 공격적인 플레이에 고전하며 브레이크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제 8강으로 압축된 이스트본 인터내셔널. 베테랑의 관록과 신예의 패기가 어우러져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가 예상된다. 윔블던의 영광을 향한 마지막 전초전에서 과연 누가 최후의 미소를 짓게 될지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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